[The Guardian] 미나리 리뷰- 감동적이고 소탈한 성장 이야기, 선댄스 흥행작

2021. 3. 8. 23:30기사

 

※(Minari review – moving and modest coming-of-age Sundance hit, Benjamin Lee, 기사로 이동, 작성일: 2020년 1월 29일)

 

미국 알칸소 주 시골에 정착하려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자전적 이야기, 영화제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화가 되다.

 

<미나리>, 2021, ⓒA24

 

  큰 화제작이 없던 한 해 동안, 선댄스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었던 건 ‘미나리’이다. 미나리가 A24, (지원 제작사인 Plan B가 소속되어 있는) 브래드 피트의 ‘Moonlight’와 함께 영화제에 도착했을 때,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성장스토리인 미나리는 이미 상당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제 미나리는 비공식적이지만, 마땅하게도 올해 첫 훌륭한 영화라는 타이틀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는 꽤 여러 번에 걸쳐 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의 유년 시절을 바탕으로 하여 특정한 이야기 속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다. 1980년대 초, 한국인 부모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는 그들의 미국인 자녀들을 데리고 도시를 벗어나 시골인 아칸소로 이사하기로 한다. 제이콥은 그곳의 드넓은 외딴 땅을 농장으로 만들고 한국 채소들을 길러 이주가족에 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니카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남편의 드높은 야망이 조심스럽고 이것이 가족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지도 걱정이다.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는 심장에서 이상음이 들리는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말썽을 일으키는 데에 골똘한 심한 장난 꾸러기이기도 하다. 반면 딸 앤(노엘 조)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시골 환경에 불안하다.

 

  미나리는 아주 정교한 이야기이다. 인물들을 관습적인 극적 체계에 무리하게 빠뜨리지 않으면서 조용히 우리가 가족의 아주 사소한 일상에 빠져들도록 한다. 정이삭 감독은 아주 사소한 것들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들이야 말로 ‘미나리’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들이다.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동안“싸우지 마”라고 적힌 종이비행기를 만드는 아이들이나 엄마가 고춧가루와 멸치를 한 짐 가득 싸든 채 미국에 도착하자 흥분에 찬 고성을 내지르는 모니카의 모습이 그렇다. 거기에는 마음을 다한 진정성이 있어서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믿어버릴 수밖에 없다.

 

<미나리>, 2021, ⓒA24

 

  나의 최근 걱정거리는 기교를 부려 만든 많은 인디 영화들이 다른 곳에서는 부족할 감정적인 측면을 끌어올려 팔기 위해 웅장한 음악에만 의지하는 경향이 심하며, 때로는 오직 거기에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선댄스에서 에밀 모세리 음악감독의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흑인 사나이’ 속 감동적인 음악은 너무 과잉된 나머지 서사적인 감정선에 부합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에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는 그의 영화 ‘웨이브스’에 본래 영화가 가진 것보다 우리를 더 움직이기 위해서 뛰어난 사운드트랙을 사용했다. 영화를 통해 유일하게 명성을 드높인 모세리 음악감독의 음악처럼, 미나리가 시작되자 머리가 삐죽 솟을 만큼 소름 돋는 음악이 나왔다. 하지만 음악만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음악은 서사가 더욱 강하고 깊어지도록 했다. 피날레에 다다르자 음악의 웅장함은 갑자기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는 바로 그것과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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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말하면 영화의 대부분에 감정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단지 조용한 이야기이고 가끔씩은 거의 속삭이다시피 한다. 영화는 촘촘하게 직조되어 있으면서 절제되어 있다. 마지막 15분에 나는 더욱 몰입했다. 비극이 발생하자 내가 얼마나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는지, 독창적인 정이삭 감독이 얼마나 느리게 이야기를 쌓아왔는지, 우리가 전혀 자각하지 못할 만큼 얼마나 미묘하게 우리를 감싸왔는지 그 순간 이해가 됐다. 가장 노련한 솜씨로 지어진 엔딩 중 하나였던 이 영화의 엔딩은 기교에 의존하지 않은 채 부드럽게 우리의 감정을 흔들며 영화의 아주 사소한 수많은 장면들을 떠오르게 했다. 내가 있던 상영관에서는 거의 모든 관객의 눈이 촉촉해졌다.

 

  ‘워킹데드’에서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했던 스티븐 연은 2018년 ‘버닝’에서 소름 돋는 변신을 해냈고 미나리에서는 절제된 연기로 영화를 이끌면서 이제는 ‘워킹데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세가 되었다. 그가 출현했던 영화처럼, 그는 조용한 인터루드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쯤 이야기해야 할 배우는 7살인 앨런 김이다. 그는 보기 드문 자연스러움과 장난스러움, 귀여움을 갖췄으며 그의 작은 어깨에 이 거대한 이야기를 짊어지고 나아간다. 또한 윤여정은 데이비드만큼이나 짓궂은 할머니로서 강력하고 가장 코믹한 역할을 맡았다. 신선하게도 뜻밖인 이 캐릭터는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을 자아낸다.

 

  미나리는 이주 가족이 겪은 고난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이주 경험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정이삭 감독이 섬세하게 그려낸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려는 가족의 초상은 미약한 동시에 창대하다. 미나리는 선댄스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후, 곧 당신까지 사로잡을 것이다.